이외수 - 감성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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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토리

이외수 - 감성사전

by molbania3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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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시간이 청명하게 세척되어 있는

이외수

도서출판 동숭동

 

책 감성사전
이뢰수 책 감성사전


 

이 책이 사전이었다.

 

그의 자연에 대한 시이고,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고, 사회에 대한 감성적인 분노다. 그의 철학과 가치관을 적은 짧은 명상록이다. 내게도 자연과 인간과 관계와 사회에 대한 나의 감성들을 정의하도록 강요한다. 나는 겸손을 배운다. 여기 그의 감성사전의 몇개를 적어본다.


 

바람의 모습과 소리. 

엽서는 조그만 마음의 창틀

아침은 누구에게도 오는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찬란하지는 않은 것이다.

산간벽지에서는 세월도 이틀쯤은 쉬었다 가기 때문이다.

 

불행을 통해 자기를 반성하고 노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면

누구든불행이 그만한 크기의 행운을 가져줄수 있다.

 

불만이 없으면 개선이 없다.

하나의 예술은 하나의 고백이며 모든 고백에는

감동과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다.

멀리 있는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길을 만든다.

 


 

감성사전

 

고성방가

외로움과 소외감의 또 다른 표현,

비틀거리는 인생에 대한 절규

소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 불필요성을

타인에게 확실하게 알리는 행위.

 

 

호롱불

초가삼간 토담 벽에 펄럭이는 세월이다.

세월 속에 피어나는 한송이 연꽃이다.

천년을 침묵으로만 다스려 온

설렘의 불꽃이다.

겨울밤 심지가 타들어가는 아픔으로

피워 올린 그리움이다.

흥건한 눈물이다.

 

 

기도

신이 매사를 완벽하게 선처해 놓았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인간들이

처우개선을 구두로 상소하는 행위이다.

 

 

불행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 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 까지를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절망

혼수상태에 빠진 희망

 

 

세대차이

관심과 대화에 의해 좁혀지고

아집과 편견에 의해 멀어진다.

연령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좌우하는 것이다.

 

 

각설이 

그들이 사라진건,

그들의 허기진 배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먹이는 지천에 깔렸어도

그들의 허기진 영혼을 달래 줄 수 있는 사랑은

가문 여름 논바닥처럼

메말라버린 세상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새벽 

시간이 청명하게 세척되어 있는 새벽.

 

 

지렁이

만약 하나님이 지렁이를

이 세상에 보내시지 않았다면

지구가 오늘날 이토록 아름다운 초록별로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에게 대지의 창조자라는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스트레스

능력 이상의 욕망을 가지기 때문이다.

 

 

짧은 글 들이지만, 그의 삶에 대한 철학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감성이 담겨있다. 아름다운 시이다. 물론 그의 철학적 정의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는다. 사전이라는 건, 말 그대로 또 다른 감상에 대한 감금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시인이자, 사회주의자이다. 뭐 그렇다는 거다.

 


이외수 초상화
이외수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 가는 감성을 되찾아 주는 작가.  1946년 경남 함양 태생,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 오늘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장외인간』 『괴물』 『황금비늘』 『벽오금학도』 『칼』 『들개』 『꿈꾸는 식물』과 소설집 『완전변태』 『훈장』 『장수하늘소』 『겨울나기』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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