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일기(商人日記)와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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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일기(商人日記)와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by molbania3 2022.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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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人日記

상인일기


상인일기 그림

하늘에 해가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점포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하늘에 별이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장부엔 매상이 있어야 한다.

메뚜기 이마에 앉아서라도
전(廛)은 펴야 한다.
강물이라도 잡히고
달빛이라도 베어 팔아야 한다.

일이 없으면
별이라도 세고
구구단이라도 외워야 한다.

손톱 끝에 자라나는 황금의 톱날을
무료히 썰어내고 앉았다면
옷을 벗어야 한다.
옷을 벗고 힘이라도 팔아야 한다.
힘을 팔지 못하면 혼이라도 팔아야 한다.

상인은 오직 팔아야만 하는 사람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해야 하는 사람
그러지 못하면 가게 문에다
묘지라고 써 붙여야 한다.


상인의 길이라는 말인가?
사무실 벽에 언제부터인가 걸려 있던 액자에 쓰여있는 글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무실을 방문하고 카피를 해 가기도 한다.

그들, 우리들 모두 상인인가?

이 말 들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는가 보다. 이 무한경쟁 시대에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지푸라기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글은 힘이 될 수도 있겠다. 또한 이 글을 읽고 초발심을 내어 대박을 치며 돈을 벌 수 있다면 좋은 일이기는 하다. 해가 없는 날이라도, 별이 없는 날이라도 팔아야 하고, 힘이 없으면 영혼이라도 팔고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한다. 다부지게 의지를 다지고 결기를 보여준다. 좋은 말이다.

이 글을 본 감정은
"슬프다"였다.

돈을 벌기기 위해 뭐든, 더한 것도 하겠다는 말인 듯하여 나 또한 돈 없이 못 살지만은, 어쩌면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벌고 싶지만은 이 글이 쓰여있는 액자를 보면서 슬픈 감정을 느끼는 건 무슨 이유인지..


달빛을 베어 팔고
혼이라도 팔아서....
돈을 번다.
개같이 벌어서,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정승같이 쓰라는 말인가?

이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말이긴 하다. 인간은 없고 오직 매상, 돈 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쩌면 꼭 필요한 경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몰락하는 자영업자들, 중소기업들을 이런 경구 한마디로 회생시킬 수 있을까?

슬픔의 감정은 이 상인일기를 쓴 사람과 이런 글이 필요한 사람들의 절절함과 절박함이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런 경구와 조언들이 현실 앞에서 사업자, 자영업자들의 뼈를 깎는 고통 앞에서 허망해질 수도 있다는 공허함에서 오는 듯하다.

그만큼 세상은 힘들다. 그래서 더욱 이 상인일기의 결기와 다짐이 필요한 것일까? 누구에게는 슬픈 글 일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꼭 필요한 말일 수도 있겠다.


가장 빠른 길은 서로 인간의 존엄성을,
돈보다는 인간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래저래 슬픈 글이다.



김연대라는 사람이 쓴 글이라 한다.
첨부한다. 신영복체로 쓴 상인일기.hwp

상인일기_그림파일.png
0.26MB
商人日記.hwp
0.0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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