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
[좀머 씨 이야기]의 작가라는 사실은 이해가 쉽다
하지만 [향수]의 작가라는 사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아무튼 [깊이에의 강요]는
세편의 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작은 책이다.
깊이에의 강요
어느 여류화가에게 다가온 말 한마디,
"당신의 작품은 재능도 있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습니다"
젊은 여류화가는 그 깊이가 없다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작품, 인생, 사랑 모든 것에서 자신에게 깊이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고
강요된 깊이를 찾다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깊이,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 ,
무형체의 이상, 뭐 이런 거 아닌가?
그녀에게 다가온 깊이에의 강요는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도저히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이룰 수도 없는 것 중 하나 아닐까?
어쩌면 그녀에게 '깊이'는
저 건너 보이는 무지개와 같다.
작가는
그 무형의 깊이에의 강요를 당하는 우리,
무지개를 쫓다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그런 우를 범하고 사는
어리석은 우리를 말하려는 것 같다.
승부
공원,
체스 전문가인 쟝,
일흔 살이나 먹은 말 그대로 비열하고 노회한 고수와
혈기 넘치는 젊은이가 체스를 둔다.
몰려든 구경꾼들,
오늘은 이 혈기 넘치는 젊은이가 이기기를 바라며
체스판을 내려다본다.
어처구니없이 아름답게 서있는
"퀸"
저돌적인 포스를 자랑하며 승리를 예감하고 달려드는
"룩"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돌격과 반격,
상관없다.
그에게는 이 노회한 체스 전문가를 이길 수 있는
뭔가가 있으니까.
난생처음 보는 영웅의 수에 탄복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무차별 공격과 공격
젊은이에게 남은 건 "킹", "룩", "폰" 하나
누가 봐도 황폐해진 장기판이지만
그래도 구경꾼들은
이 영웅이 그동안 자기들을
무참히,
비열하게,
그러면서도 단조롭게 밟아온
이 늙은 체스꾼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젊은이는 미련 없이 떠나고
구경꾼들은 아무 일 없듯이 가버리고
체스꾼은
다시는 체스를 두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돌아간다.
이야기는 헤라클레스와 같은,
슈퍼맨과 같은 영웅의 이야기 일수도 있겠다.
다만,
헤라클레스, 슈퍼맨은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우리의 현실,
삶에 짓눌린 우리들의 이야기 인듯하다.
영웅은 우리 희망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
장인(匠人), 뮈사르의 유언
파리에 사는 금세공사 뮈사르,
뮈사르는 죽어가는 자기 몸을 보면서 이야기를 쓴다.
어느 날 땅을 파다가
'이 세상이 석화-조개화되어 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구에 몰두한다.
모든 것이 조개화되어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든 생명을 속박하고
세계의 종말을 가져올 조개화,
피 할 수 없는 진실에 몸서리치다가
자신도 조개화 되어 죽을 거리고 믿는다.
뮈사르,
결국 인간은
삶에 짓눌려 인간성의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무감각하고 냉혹해지는 현실에서
마음은 닫히고
가슴은 스스로 고형화 된다.
따뜻한 인간적 감성과 공동체의 따스함이 없다면
치유방법은 없다.
그대로 인간은 조개가 되어 멸망할 것이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조개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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