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스 - 좀머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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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토리

파트리크 쥐스킨스 - 좀머 씨 이야기

by molbania3 202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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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스


[향수]의 작가이다.

독일 사람이고, 나는 독일 문학을 좋아하는 가봐.

독일 사람들의 작품들이 내게 많이 와 닿는 게 아닌가 합니다.

"좀 내비 둬요!"

 

좀머씨 이야기

 

 

아주 짧은 소설,

역자가  쥐스킨스의 자기의 세상에 대한 항변을 적은 것이라고 써 놨던데.

이름 없는 주인공 나는 어린 학생,

그 학생이 커가면서 지켜봐 왔던 좀머 씨의  이야기이다.

그와의 세 번의 조우를 통해서

마을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그를

이해하고자하고 이해하게 된것인지...

결론은 없지만

그 좀머씨에 대한 이해는 독자의 몫인 듯 하다.

 


독일의 좀 큼직한 호수를 낀 마을에

좀머 씬지,

좀비 씨인지...

하여튼 좀머 씨 언제인지도 모르게 이사 왔다.

인사도 방문도 없었고

소리도 없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좀머 씨

길쭉하고 약간 부러진 지팡이와

우비와 약간의 빵이든 배낭 하나를 메고

새벽부터 밤늦도록

마을을

호수 주변을

산을 들

판을 걸어 다닌다.

 

마을 사람들중에 그가
‘어디로 가는지’

‘그 끝없이 걸어 다니는 목적이 뭔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도처에

 

수업시간에도 그가 걷는 게 보이고

경마장 가는 길에도 그가 보이고

산 언덕에서도 그가 걷는 게 보이고

호수 주변에도 그가 걷는 게 보였다.

 

여름에는 지팡이에 배낭에 밀짚모자를 쓰고

겨울에도 지팡이에 배낭에

빨간 모자 털모자를 쓰고

 

물음에 대한 대답은

잘 들리지도 않는 혼잣말뿐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들판과 초원을 지나 크고 작은 부지런히 길을 걸으며...

이상한 것은

그에게 아무 볼일도 없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아무것도 사지도 않고

누구를 방문하지도 않고

잠시 머무르지도 않고 끝없이 걷는 게 전부였다.

마을에서 좀머 씨가 걷는 것은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런 좀머 씨를 보며 자라온 나,

20년 만에 처음으로

무자비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첫 번째 조우

 

하늘은 억수같이 비를 퍼붓고 도로는 철철 넘치고 

비는 우박이 되어 아버지의 자동차를 때리던 날,

물론 그 날도 어김없이 좀머 씨는 걷고 있었다.

 

아버지,

"이봐요 좀머씨 집까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좀머 씨 , 우박이 내리치는데 괜찮아요? "

"집 까지 태워 드리겠습니다."

"이봐요 , 온몸이 다 젖었잖아요!"

"이봐요 , 그러다 죽겠어요!"

 

좀머 씨

얼굴에 빗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우박은 온통 젖어버린

그의 등을 때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래서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비와 우박이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좀머씨 이야기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밀폐 공포증 환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밀폐 공포증 환자

그래서 그는 집안에 있을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걷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 조우

 

나도 이젠 좀 커서 자전거를 탈 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억지로 억지로 피아노를 배우러 다녀야 했다.

 

성질 더러운 가정교사에게 피아노를 때려치우겠다고

소리치며 도망 나오던 날

후회막심, 집에 가면 분명히 혼날 것을 생각하고

고민 고민...

(어린것이 그러면 안되지...)

어린 치기로 자살을 결심한다.

호수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날기 쉬운 나무에 올라갔다.

 

우와!

이런 멋진 풍경을 처음 보다니....

내가 죽으면 다시는...

이대로  날아 가버릴까?

고민 고민...

그런데  어떻게 내려가지?

 

숲 속에서 뭔가가 움직인다.

좀머 씨가 나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두리번 주변을 사방을 살핀다.

다행히 나무 위를 살피지는 않았다.

 

갑자기,

갑자기,

벌렁 드르눕더니만 긴 한숨과 신음을 낸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그의 걷지 않는 모습을 보았고

그의 길고 긴 한숨과 깊은 신음 소리를 들었다.

빵 한 조각과 물 한 모금을 먹고 마신 그는

다시 일어나 걸어갔다.


피곤하고 힘들면 쉬어야지
힘들고 배고프면 앉아서 먹어야지
당연한 일임에도 혼란스러웠다,

좀머 씨의 모습에...


 

세 번째 조우

 

여전히 좀머 씨는 걸었다.

나는 좀 더 커서 두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좀머 씨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위를 돌아다니던 저녁쯤...

 

저기 호숫가에 누군가 보인다.

그 시간에 호숫가를 걸어다니는 사람은 좀머 씨가 분명할 거다.

그리고

좀머 씨는 호수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조금도 망설인 없이 조금씩

허리까지 물이차고,

목까지,

그의 턱까지

그리고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호수 위에 그의 모자와 지팡이 

그리고

공기방울이 몇 번 솟구치고 있었다.

 

말리지 못했다.

말릴 수가 없었다.

 

갑자기 마을에서 좀머 씨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가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병자라고도 했다.

그가 다시 자기 고향으로 갔다고도 했다.

 

 

좀머씨 이야기

 


감상

 

 

이 책에서

좀머 씨가 한 말은  한마디뿐이었다.

 

"나를 제발 내버려 두시오!"

 

혹시 전쟁을 겪은 그가 

인간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그것을 잊고, 극복하고자 걸어 다녔던 건 아닐까?

그러다가

그러다가

'이 지겨운 세상 그냥 콱 죽어버려?'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건 아닐까?

 

아니면

삶의 의문을 풀기 위해  

사색과 고뇌를 하며 걷다가

무의미한 인생으로 결론 지은 슬픈 철학자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나 이 세상에서 고독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버려 두세요.

하지만 세상은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고

끊임없이 삶과 사람들의 인연과 미련으로 엮어내려 하고

그리고

그를 구속하려 했기 때문에 그렇게 죽음으로 끝낸 것은 아닐까?

 

가만히 있는 사람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은 것일 것 같다.

그 사람은 그것이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그 사람만의 삶의 방식에 모두가 끼어들어 간섭하고 지적하고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무리한 오지랖이고

어쩌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오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 흔한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니겠지?

 

하여튼

자기만의 철학과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나와는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악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면

간섭하고 지적질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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