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 CLOUDY] 쓰지 히토나리 김난주 옮김 |
고독한 현실에서 자유를 찾아 망명을 꿈꾸는 그는
서른살
[클라우디 CLOUDY] - 쓰지 히토나리/김난주
베렌코 중위
스나푸킨
나비
라므
담장을 박차고 기분 좋게 하늘을 난다. 나는 저 언덕을 넘어 바다로 향한다. 구름이 기분 좋게 날아오른 내 몸을 스친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삶은 끝이다' 싶은 순간
폭발적인 속도로 눈앞을 지나가는 미그 25,
하필 오늘에야 망명길을 떠나온 소련의 베렌코 중위의 미그기가 공기를 폭발시키며 마하 3의 속도로 쐐액-하고 지나갔다.
나의 자살은
말도 안 되지만
베렌코 중위 때문에 실패하고...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뷔
이 책을 읽었거나...
읽다가 말았거나...
읽기는 읽었는데 기억이 없거나...
혹시 다른 책에서 비슷한 전개를 보았거나...
나는 도쿄로 나선다.
뾰족한 수가 없이...
서른 살이나 먹어 가고 있는 사내가 아침부터 이렇게 포르노 잡지나 인쇄하고 있어야 하다니, 화가 치민다.그러나 제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윤전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나는 주머니에서 16년 전의 망명자, 베렌코 중위의 사진을 꺼내본다. 나는 줄곧 망명자가 되기를 원했다.
나미가 묻는다.
망명과 도피가 어떻게 다르냐고,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십 대에 들어서서 신(神)은 지금까지 없었던 장기적인 시련을 부가 하기 시작했다. 평범이라는 이름의 시련은, 십대에 하코다테의 시골 동네에서 느꼈던 그 절망이란 시련보다 더 음습하게 내 모가지를 바싹 죄어왔다. 가슴속 깊은 곳 어디선가 자리 잡고 있는 폭풍처럼 가슴을 때리던 베렌코의 망명사건은 잊은 지 오래다. 나는 그저 종속적으로 평범함을 받아들였다.
스나푸킨이 묻는다.
네 속에 있는 망명이란 말뜻을 잘 모르겠는데, 이 자유주의 사회에서 대체 무엇으로부터 망명한다는 것이지?
지하철 계단가의 부랑자가 말한다.
"열심히 일하는데 싫증이 났다"
도대체 나는
무엇으로부터 망명하려는 건가!
스나푸킨은 자기를 도시에 붙잡아 두려는 듯 발목에 묶인 쇠고랑을 칼을 휘둘러 잘라내고 멕시코행 밀항선을 탄다. 나는 빗속을 질주한다. 나미를 찾아서 경찰이 쫓아온다 빗속을 헤치며...우에노 공원에서 나미를 찾아 안는다. 나미를 안은채 머릿속엔 멕시코를 생각한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고독한 현실에서 자유를 찾아 망명을 꿈꾸는 그는 서른 살,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도대체 망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자유, 그거 뭐지?
돈 많은 거?
차라리 평범?
혼란스러운 현대를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그저 살아간다.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막연한 망명을 꿈꾸며...
우리도 이유 없이, 그 이유를 묻지도 않고 살아간다.
잠시, 낯선 침대에서 부는 바람을 쓴
김얀 작가.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 또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망명길을 떠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해본다.
마하 3의 속도로 날면 공기를 부딪혀 소리가 폭발한다.
그만큼 폭발적인 글이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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