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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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토리

[눈 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by molbania3 2022.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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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가 저자의  이름임)

이성이 제거된 인간은 정말로 본능에 충실하다.

 


책, 눈먼 자들의 도시 표지
눈먼 자들의 도시

 


어느 날, 어느 남자가 눈이 멀어버린다. 백색 실명, 보통은 눈이 멀다고 하면  앞이 캄캄한 상태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작가는 앞이 우윳빛처럼 하얀 실명을 그리고 있다. 어두운 캄캄한 실명과는 뭔가가 다르고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백색 실명

 

어쨌든 눈먼 도시의 사람들이 전염병처럼 하나둘씩 눈이 멀기 시작한다. 중년의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 (등장인물의 이름처럼 사용된다.)가 차를 몰고 가다가 빨간 신호등에서  대기, 고개를 들어 신호등을 보는 순간 눈이 멀었다. 눈앞이 하얗게 눈이 멀었다. 그가 첫 번째로 눈이 멀었다. 어떤 사람이( "첫 번째로 눈이 먼 사람의 차를 훔쳐간 남자"이다.)  이 남자는 선의로 그 남자의 차를 몰고 집으로 데려다주었고 그리고 그의 차를 훔쳐서 달아났다.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집에 들어갔고, 아내를 기다리고 그다음 날 안과로 찾아갔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눈은 이상이 없었다. 온통 하얗게 보이는 것 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의사는 처방을 못하고 그를 보낸다. 여기에는  "안대를 한 늙은이",  "검은색 안경을 쓴 여자",  "사팔뜨기 소년" 등 몇 명이 병원 대기실에 있었다. 의사는 집으로 돌아와 이 이상한 병을 연구하며, 국가 보건협회에 몸 담고 있는 병원장에게 보고 하고 , 잠이 들고 아침이 되자.  의사도 눈이 멀어 버렸다.

 

 

동시에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차를 훔쳐간 남자"도 눈이 멀었다. 물론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도 호텔에서 접대를 하고 있던 "검은색 안경을 쓴 여자"도 갑자기 눈이 멀어 버렸다. 모두들 모두들 눈이 멀기 시작했다.  사흘이 지나자 사방에서 눈이 먼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가는 신속히 조치를 취한다. 눈이 먼 자와 눈이 먼 자를 가까이서 보았던  보균자들을 격리하기 시작했고, 자신 있게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연구를 시작했다. 가장 적당한 곳은 빈 정신병원이었다.

 


그다음 스토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수없이 보아왔던 할리우드식으로  음모가 있고  극적 해결방법을 찾는다는 그런 이야기..

 

안과 의사가 눈이 멀고  당연히 의사의 아내도 눈이 멀어야 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정말로 역겹고, 추잡하고, 더럽고, 충격적인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실명하지 않은 사람의 눈이 필요해서 인지 의사 아내의 눈은 그대로 둔다. 유일하게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고 짐짓 눈이 먼 자인체 하여 눈먼 남편을 돌보기 위해  의사를 따라 정신병원으로 같이 간다.

 

 

5명

"안과의사",

"의사의 아내",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검은색 안경을 쓴 여자"

 

다시 3명

"안대를 한 늙은이",

"사팔뜨기 소년"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차를 훔친 남자 "

 

8명이 정신병원에서의 격리를 시작한다. 물론 의사의 아내는 아직까지 눈이 먼 것으로 되어 있다.


 

눈이 멀어 버린지 4 일째 날,

작가는 정상적인 이 사람들의 눈을 제거함으로  인간에게 "이성"이라는 도구를 거의 제거해 버린 것이다. 이성을 잃은 이들이 무엇을 보여 줄 건지, 거의 실험적으로 글을 이어간다. 이제 본격적으로 눈이 먼 사람들의 조용하지만 격렬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감금 격리된 정신병동,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음식을  정신병동의 입구까지만 배달해준다. 군인들도 인간인지라,  전염성이 있는  백색 실명증에 걸리기는 싫을 테니까.  어찌 됐든 , 의사의 아내의 도움으로 눈먼 자들의 삶은 어렵지만 첫날을 무사히 보낸다. 둘 재 날, 더 많은 사람들이 군인들의 통제하에 다른 병실로 들어온다. 갑자기 먹을게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먹을 것을 두고 이병실 저 병실에서 허공을 가르는 주먹질이 오가고 , 온갖 욕설이 난무한다. 눈이 멀었기에 누가 더 많이 먹는지, 정말 이것밖에 없는지... 병실 옆의 화장실은 입구부터 온갖 배설물로 질퍽해졌다. 악취가 나기 시작한다. 화장실이 온갖 배설물로 악취를 풍기면 눈먼 자들은 마당으로 나가 배설을 시작한다.

 

 

먹고, 싸고 하는 게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의사도 예외 없이 질펀하게 싸질러 놓은 배설물 위에다가 배설을 하고 휴지를 찾아 다시 배설물이 뒤범벅된 벽을 휘젓다가  그 배설물 위에서 나 뒹군다. 그냥 바지를 올리고 나온다.


삼일째,

이제 더 이상 이 정신병원에서 깨끗한 곳은 없다.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음식이 모자라기 시작했다. 배 고프다. 눈먼 자들이 차지한 침대는 온갖 배설물로 더럽혀진지가 오래고, 신발은 커녕 온몸이 배설물에... 격리된 병실은 온갖 악취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작가는 지옥 중에 불의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운 곳이 악취의 지옥이라고 거든다. 몇 명이 정신병동을 탈출을 시도한다. 한 번의 경고 후 바로 그 자리에서 총에 맞아 즉사한다. 눈먼 자들은 병원을 떠 날수 가 없다. 언제쯤 누군가가, 이 백색 실명의 전염병을 고치게 될는지 희망을 갖고  배고픔과 하얀 어둠의 두려움과, 배설물의 악취와 썩어가는 시체의 무관심을 참아낸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환경에서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오직 한 가지의 본능에 따르는 동물적 감각만이 남아 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 병원으로 격리되어 온다. 패거리가 생겼다. 우두머리는  총을 갖고 있다. 먹을 것을 독점한다. 각 병실에서 나온 눈먼 자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욕지거리를 한다. 공포를 쏜다.  군인들은 눈먼 자들의 배고픔, 공포에 더 이상 관심 없다. 패거리들은 병실 침대에서 뽑아온 쇠 꼬챙이를 휘두른다.

누가 맞아도 맞을 테니.. 패거리는 조직화되어 있다. 감히 덤비지 못한다. 이제 먹을거리가 점점 부족하다. 배는 점점 고파온다. 그래도 악취는 점점 더 심해진다. 원래 눈이 멀었지만 소위 눈에 뵈는 게 없다.  그래도 배설은 해야 하니 아이러니하다.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뭔가를 먹어야 한다.

패거리들에게 돈과, 패물을 바친다. 며칠 먹을 음식을 얻는다. 패거리들이 여자를 요구한다, 지금은 생존의 욕구가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다. 각각의 병실마다  여자들이 가고 음식을 받아온다. 의사의 아내도, 첫 번째로  눈이 먼 자의 아내도, 검은색의 안경을 쓴 여자도 간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자도 간다. 음식을 받아온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여자가 비틀거리며 하혈을 한다.  아무도 관심 없다. 아니  모른다. 의사의 아내가 다가가 그녀를 부축한다. 한참 지난 듯 그녀는  웃는지, 우는지 모르게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숨을 거둔다.

 

 

자존심은 순간이다.

남자들은 그녀들이 받아온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운다. 당분간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아내가  그랬다는 수치심도 있다. 죽을 만큼은 아니다. 여자들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뭘 먹고 있는지 판단조차 어려워한다. 밤인지 낮인지 모를 시간 , 눈먼 자들이 자고 있어  밤이다.  의사의 아내는 이 지옥 같은 현실 앞에서 운다. 차라리 자기도 눈이 멀었으면 했다. 가까이에서  한쌍의 젊은 연인이 온갖 배설물에  더럽혀진 몸으로 사랑을 나누고 두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눈이 멀었기에  뭘 해도 개의치 않는다. 검은색 안경을 쓴 여자와 안대를 한 늙은이가 섹스를 한다. 비가 온다 눈먼 자들이 서로 부딪혀 가며 오랜만에 몸을 씻는다.

 

 

그 바닥은 오물로 질퍽 거려도 오랜만에 시원하다,  잠시 인간인 것 같다.  의사의 아내는  가방에 들어 있는 가위를 생각한다. 그리고 빗물을 받아 자기를 그리고 남편인 의사의 몸을 닦아 준다. 이제 배를 채우기 위해서 또다시 여자들을 보내야 한다. 의사의 아내도 간다. 패거리들은 음식을 쌓아놓고 눈 뜬 자들처럼 배를 두들긴다. 배가 찼으니 그다음 욕망을 채워야 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째 더러운 남자의 몸을  더러운 여자들이 춤을 춘다. 눈먼 자들의 괴성과 신음,  여자들의 고통의 비명은  동물의 것을 닮았다. 의사의 아내는 제풀에 흥분하여 몸을 떠는 패거리 우두머리를 분명히 보고 있다. 사정없이 목을 찌르고 후벼 판다. 우두머리의 그것을 입에 물고 있던 여자의 얼굴에 정액과 피가  튀고 그녀의 소름 끼치는 비명은 패거리들을 정신 차리게 한다. 누군가 우두머리가 죽었음을 알리고 그의 권위의 상징인 총을 찾아든다. 한방의 총소리에 패거리들은 우두머리를 새로 정한다.  총을 든 그를, 그리고 무자비한 폭행을 시작한다.

 

 

의사의 아내는 가위를 든 람보다. 눈먼 자들과 눈먼 여인들 , 의사의 아내  피 튀기고 비명이 오가는 와중에

여인들이 도망을 친다. 

 

의사의 아내

"이런 잡 XX들, 눈이 멀었다고 인간이기를 포기하냐" 고 소리를 친다.

 

패거리들

"이런 씨 xx,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을 죽여서라도 존재하고 종족을 번식하는..."

 

의사의 아내

"니 들 다 죽여 버릴 거야!"

 

우두머리

"이런 XX,  니 목소리를 기억하겠어!!! " 의미 없는 총을 한방 쏴 댄다.

 

의사의 아내

"그 더러운 그 얼굴을 반드시 기억하겠어!!!"

 

패거리들

"????!!!!!! "

 

 

의사의 아내는 피 뭍은 가위를 여신처럼 치켜든다. 의사의 아내는 여기 눈먼 자들 사이에 여신이 되었다.

 

 

눈먼 자와  눈이 멀지 않은 자의 차이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만큼 큰 것 같다. 눈먼 패거리들은  폭력을 행사할 대상이 없어졌다.  자신감을 잃었다. 패거리들은  자기네 병실 입구에 침대를 쌓아놓고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제 배급되는 음식은 우리 거다. 배고픔에서 해방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밖에서 음식은 오지 않는다. 이제 정부, 국가는 눈먼 자들을 포기한 것 같다.  래도 패거리들에게는 음식이 있다.

 

 

"안대를  한 늙은이"를 필두로 패거리들에게 쳐들어 갔다. 음식은 목숨과 같은 거다. 음식에 목숨을 걸 수도 있다. 쳐들어간다. 하지만  패거리들의 문이 어디인지, 문 앞에 쌓인 침대들을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들이박아 버렸다. 돌아서야 한다. 뭔가 막혔다. 눈먼 우두머리의 눈먼 총이  쏘아지고  공격을 간 눈먼 자들 2명이 죽었다. 이러다 먹을걸 뺏지도 못하고 죽겠다. 되돌아갈 길도 잘 모르겠고, 비쩍 마른 온몸은 후들거리며 떨리지만 백색의 암흑 속에서 후퇴다. 그 패거리들을 죽여야만 내가 먹을 게 생긴다는 단순한 의도에 무모한 공격을 하고 2명이 죽고,  여럿이 머리가 터지고..

 

 

의사의 아내는 또다시 참담한 현실 앞에서 여신처럼 운다. 

 


 

작가의 초상화
작가

 

죽음이 가까워 오며,  눈먼 자들은  비굴한 항복을 내뱉기도 하고, 무모하지만 또다시 공격을 얘기하고 체념하고, 그와 중에 어떤 눈먼 자들은 죽어 나간다. 지옥 같은 영상을 보고 있는 의사의 아내, 이미 살인을 경험한 의사의 아내의 손에  라이터가 들려있다. 불,  허기진 몸은 분노에 차마 떨어 버리는 근육조차 없다.

(작가가 그려놓은  지옥 같은 풍경을 내 글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의사의 아내는 패거리들이 쌓아놓은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인다. 그 결과는 짐작도 않는다. 오직  그 패거리들을 죽음으로 몰아 남아 있는 음식을 찾아 올 생각으로  불을 붙인다. 더러워진 침대 시트들은  금방 불을 옮긴다. 그리고 오래된 병원의 건물은 쉽게 불을 옮긴다.

 

"불이야!!!"

 

불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감각은 예민해져 있으니. 사방으로 불이 붙어 정신병원 전체가 불이 붙었다. 이제 길은 하나, 밥도 안 주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정문을 돌파해서 총에 맞아 죽을 것인가?  아님 불길에 휩싸여 죽을 것인가? 다행인 듯 군인들은 이제 없다.  비가 온다. 불은 잠잠하고 정신병원은 이제 밖으로 활짝 열렸다. 하지만 밖은 이제  넓은 또 다른 격리된 정신병원이 되고 말았다. 

 

 

모두가, 인간 모두가 눈이 멀었다. 군인도, 밥을 나르던 트럭 운전사도,, 비행기 조종사도.. 모두가, 인간 모두가...

 

점차 이 소설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모두가 눈이 멀어 인간이 굶어서 멸망하는 걸까? 누가 약을 개발하는 거지? 결말이 정말 궁금해진다.

 


거리로 나선다. 모두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더럽고, 누렇게 뜬 몰골의 눈먼 자들, 질퍽 거리는 악취로 가득한 거리, 버려진 집들, 차들, 배설물 사이에 버려진 시체, 그 시체를 뜯어먹는 개들, 가게를 뒤져 먹을 걸 찾은 눈먼 사람들, 지쳐버린 몸을 길바닥에  눕혀둔  사람들, 전쟁을 치른 후 황량한 거리에 부는 바람 따라 날리는 모래는 차라리 낭만적이다. 여기는 말 그대로 지옥을 옮겨 놓은 현실이다.

 

 

의사의 아내는 처음 같이 들어왔던 몇몇 사람들을 이끌고  거리를 나선다. 잠시 기다리게 하고 의사의 아내는 먹을 걸 찾아 나선다.  어느 슈퍼의 지하 저장실, 다행히 눈먼 자들보다는 좀 더 쉽게 음식을 찾아왔다. 이제 자기 집을 찾아 가리라. 제발 아무도 침입하지 않았기를....

 

 

먼저,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검은색 안경을 낀 여자의 집을 찾아갔다. 3층 누군가의 흔적들이 사방에 묻어 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1층 할머니를 불러 보았다.  문이 열리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는 할머니다. 비릿한 냄새가 악취와 함께 풍겨 온다. 날 토끼와 날 닭의 뻘건 살이 붙어 있는 뼈와  피가 흥건한 식탁이 보인다.

 

 

뭐라도 먹어야 살아가야 하는 게 본능이다.

의사의 집으로 모두 가기로 결정한다. 침입한 흔적은 없다. 다행히 열쇠는 갖고 있다. 꽤 넓은 집안에 모두를 불러, 의사의 아내는 더러워진 신발과 옷을 벗긴다. 새 옷을 입힌다. 좀 낫다.

 

 

비가 온다

의사의 아내를 포함한  검은색 안경을 낀 여자, 처음 눈이 먼 남자의 아내는 베란다로 나가 옷을 벗고  몸을 씻는다. 비누칠도 한다. 남자들의 차례다. 비가 그친 거리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배고픔은 여전하다. 의사의 아내는 다시 식량을 구하러 간다. 이번엔 남편인 의사와 함께 전에 갔던 그 슈퍼의 지하 저장 창고로 간다.

 

조용한 가게, 

뭔가 이상하다. 지하실, 저 아래서 빛나는 뭔가가.. 의사의 아내는 쓰러진다. 창고에서 썩어 문드러진 수많은 시체들 사이로 반짝이는 눈빛, 눈먼 자들은 지하 창고 계단을 미쳐 다 내려가지 못하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그 자리에서 죽어갔다. 음식이 있는 그 지하 창고로 계속해서 계속해서...

 

이번엔  눈먼 의사가 눈 뜬 의사의 아내를 부축해서 집으로 되돌아온다. 한 없이 운다. 이제 나도 눈이 멀고 싶다. 이제 몇 안 되는 눈먼 자들의 여신이기를 거부한다. 차라리 나에게도 눈이 머는 축복을!!! 

 

모두들 숨을 죽이고 눈먼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며, 잠이 들면 차마 배고픔은 잊으리라, 잠이 든다.

 


아침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눈이  백색에서  어둠으로 바뀐다. 

"여기.. 여기.. 눈이 안 보여!!"

당연하다 모두가 눈이 멀었는데..

 

"아니, 이제 보여!"

다음 날은 의사가, 그다음 날은  안대를 한 늙은이가... 거리의 사람들이..

"눈이 보여!!"

 

이제 눈뜨기 시작한 자들이 볼 것은 자신의 본모습 일 것이다. 

 


 

잠시 동안 눈이 먼  인간의 모습은 동물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나약한지,  또 얼마나 본능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생존을 위한 먹을 것 앞에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피가 뚝뚝 흐르는  생 닭고기도  마다 하지 않는다. 종족 번식의 숙명 앞에서는 누가 보더라도, 누구의 아내라도 상관없다.  배설한 악취 나는 오물은  젊은 사자의  영역표시의 다름 아니다. 더 이상 불편하지도 않은,  아무런 문제 거리도 아니다. 

 

 

 마지막,

 작가는  다시 눈을 뜨는 사람들을 그려 넣기 전에  결국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인육을 먹는 눈먼 사람들을 그려야 했다.  보는 눈을 가진 의사의 아내에게  그것을 보여 주고  여신이 되지 않으면  스스로 두 눈을 후벼 파 내게 해야 했다. 그곳에서 이성은 없다.  본능뿐이라는 사실을 더욱더 적나라하게, 잔인하게 보여 줬어야 했다.  그 정도로 망가졌으면 됐다고 생각했을까?

 

 

이성이  없는 인간의 세계는 동물원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이제 그만" 하고 작가는 눈먼 자들을  구원해 주고 말았다.

이건 좀 아쉽다.


 

꽤  긴 소설이다. 가슴을 흥분하게 하는 플롯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장을 기다리게 하는 긴장도 없다.

대화체를 적절히 구상하여 쉽게 빠져들게 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의 이름조차 없다. 이성을 잃어버리면 , 즉 눈이 멀면 이름조차 필요 없는 것 같다.

 

색다른 소설이다. 어쩌면 누구나 생각만 하면 상상하거나 그릴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추잡하고, 더럽고,  글자 그대로 악취 나는 배설물들을 차마 말로 차마 글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주제이다.

 

 

인간은 본능적인 동물이다. 눈을 뜬 이성이 다만 그 추악한 본능을 잘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고 그런 상황이 오면 누구든지 살인을 하고, 누구든지 오물을 뒤집어쓰고, 누구와도 섹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우리, 인간인 듯싶다.

 

 

누군가는 그런 상황이 오면 자살할 생각을 할까?

작가는 아무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인간은 자유만큼이나 본능은 통제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눈 먼자들의 도시 영화 포스터
눈먼자들의 도시 영화 포스터

 

과연 영화가 책에 나온 그 지옥도를 다 담아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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