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 칼의 노래 이 순신, 한 인간의 슬픈 노래
본문 바로가기
책 스토리

김훈 - 칼의 노래 이 순신, 한 인간의 슬픈 노래

by molbania3 2022. 3. 10.
반응형

책 제목 : 칼의 노래

책 작가 : 김훈


책, 칼의 노래 표지
책, 칼의 노래

 

1592년 조선,

왜군들이 700여 척의 배를 타고 부산포에 쳐들어왔다. 왜놈들은 그 잔학성을 온 나라에 그대로 재현하며 서울로 서울로 올라갔다. 1592년 임진년 5월2일 서울이 함락되었다. 몽고군에 의해 고려의 서울(개경)이 함락된지 350여 년 만이다.

화려한 해전의 영웅, 나라를 구한 불세출의 성웅 이순신의 일대기라는 생각에  별로 읽어 볼 생각이 없었는데, 누군가가 애독하던 책이라 하여 함 볼까 하는 맘으로 가볍게 손에 잡았다.

 


1592년 조선,  

온 나라는  말 그대로 난리였다. 임금은 선조, 조정은 노론,소론으로 정쟁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바랄 것 하나 없는 백성들, 어린아이, 늙은이, 부녀자 할 것 없이  죽어나는 현실에  왜놈들은 주체 하지 못하는 칼의 에너지를 조선에 휘몰아치고자 쳐들어 왔다.

 


칼의 노래, 이 이야기는 임진왜란 이후 온 나라 백성들이 차던 쪽박마저 깨져버린 거지꼴을 하고 있던 1597년 백의종군하는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를 따라가며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임진왜란의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이다. 백성은 죽어나가고, 수군의 배는 단 12척에, 조정은 무능하게도 전쟁 중에도 정쟁을 일삼고 임금은  평양으로, 의주로 도망 다니고, 명의 군사들은 배 두들기며 거짓  시위만 하고 왜놈들은 사기 등등해 온갖 모략질에 나라가 절단 날 지경이라는 사실, 

 

 

이 현실 앞에서 필요한 건 영웅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현실을 칼날처럼 차갑게 바라보는 수군통제사 이순신의 가슴을 읽고 있다. 그의 가슴으로 백성을, 조정을 나라를 그리고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칼의 노래를 들려준다. 작가는 이순신 장군의 일기 속에 나타난 무수한 백성들의 지옥 같은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주린 배를 붙잡고 죽어가는 아이들, 피골이 상접한 채 왜놈들의 노를 젖는 우리 백성들의 앙상한 팔들, 그들의 가슴에 불 화살을 날리는 우리 수군들의 눈물, 적의 장수의 배에 죽어 누워있는 조선 처녀들의 썩은 문드러진  몸들, 거친 바닷속에 흔들리며 밤을 지새는 노 꾼들과 그 와중에 식량을 훔쳐 도망가는 비쩍 마른 군관들, 그들의 목을 베는 장군.



악다구니를 써 가며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 시퍼런 창검과 총포를 겨누는 적들, 마찬가지로 의복조차 갖추지못하고 벌거벗은 피골이 상접한 적병들 그들을  베어야하는 장군을 본다.

 


슬픔, 
임금의 무능한 탐욕,  악귀 같은 백성의 고통과 원망,  베어지는 잔혹한 왜놈들의  서글픈 눈동자 이런 것들은 칼로 베어지지 않는다. 베어지지 않는 것들 시퍼런 창검과도 같이 일어서는 거친 바다의 칼날들 속에 장군은 그 베어지지 않는 것들을 가슴으로 안고 고뇌하고 가슴 아파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조선은, 이순신장군은 수많은 백성들을 희생시켜가며 명량해전을 비롯한 많은 해전을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선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가고 한은 더욱더 쌓여 그의 가슴에서, 그의 칼에서 운다. 그의 가슴속 분노만큼  왜적은 죽어 나갔고, 그 가슴의 눈물만큼이나 그의 칼에서 핏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히데요시가 죽고, 명군의 전투 없는 시위와, 수군의 활약으로  임금은 서울로 돌아오고 이제 전쟁, 임진왜란은 끝을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패하고 돌아가는 왜놈들을 그냥 보낼수가 없었다. 그는 이 전장에서  가슴속의  조선의 한을 풀어내야 하는 주술사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이 전장에서 죽기를 원했다.


그는

이 마지막 경건한 의식과도 같은 한 풀이의 전장에서 왜놈의 조총에 가슴 한편을 맞아 죽은 게 아니라. 그의 가슴을 전장의 한복판으로 내밀어 조선의 한을 풀고, 자신의  살육의 죄를 씻으며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제 조선의, 그의 전쟁은 끝났다.
우리에게 전쟁은 포연 속에 빛나는 전우애,  이 몸 총탄에 터지고 부서져도 사랑하는 조국, 전쟁은 이런 낭만 가득한 상상을 보여주었다. 당해보지 못한 우리는 그런 만들어진 낭만 속에서 전쟁을 보아왔다. 하지만 전쟁은, 임진왜란은 영웅의 탄생이 아닌 무수히 많은 백성과 군졸들의 지옥 같은 같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실제로 벌어지는 전쟁은 슬픔이라는 것. 죄악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 지옥 속에 살아가는 슬픈 백성의 한을 풀어주는 주술사.



그리고 죽음으로 그 모든 살육을 씻고자 했던 휴머니스트로  이순신 장군을 본다. 그의 가슴을 한치한치 칼로 도려내듯 써 내려간 작가의 글은 정말 세련되었다.

 

조선 수군의 의복
조선수군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이제 다른 책 "난중일기"를 읽어 그 속에서 성웅 이순신이 아닌 한 인간의 슬픈 노래, 슬픈 칼의 노래를 찾을 수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겠다.


■■

 

728x90
반응형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