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수도승처럼 고뇌한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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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토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수도승처럼 고뇌한 흔적들

by molbania3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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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돌베개
그의 수도승처럼 사색하고 고뇌한 흔적들
(신영복 옥중서간)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그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그의 선가 집이다. 수많은 낮과 밤을 수많은 계절을 보내면서 그의 수도승처럼 사색하고 고뇌한 흔적들이다. 이런 차분한 사색의 글들을 쓰기까지 얼마나 한스러웠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한스러움과 고통과 한여름의 더위와 한겨울 차가움을 이겨내며, 기어코는 버림으로써 얻어낸 자신의 해탈을 보는 듯하다. 먼길을 돌아와 앉은 내 누님 같은 꽃이여라는 시구가 생각난다.

그는 1968년 숙명여대 교수로 지내던중 북한과 연계된 통일혁명당 사건에 엮여 무기징역을 받아 구속되었다가 전향서를 쓰고 1988년 특별 가석방으로 20년 20일만에 출소하였으며 옥중의 시절을 경험하여 써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출간하였다.

그리고 그의 서체는 그의 유지(사단법인 더불어숲과 폰트 제작업체 직지사는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해당 폰트를 무상으로 배포합니다. )에 따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아래 링크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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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은 없다. 그의 아픔과 고통을 만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설픈 감상은 무례라는 생각이다. 그저 아프게 살아온 그를, 그의 말들을, 한줄 한줄이 한편의 시같은 그의 말을 적어가며 기려본다.


1
오늘은 다만 내일을 기다리는 날이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며 내일은 또 내일의 오늘일 뿐이다.


2
잎이 진 나목 위로 하늘이 차다


3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치료된다는 사실이다.


4
큰 슬픔이 인내되고 극복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한 크기의 커다란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기쁨이 이룩해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슬픔보다는 기쁨이 그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5
내일 아침 기상나팔 소리가 칼끝같이 이 정적을 쪼갤 때까지 여기 감방은 그대로 하나의 무덤이 된다.


6
이처럼 빗소리에 새삼스레 무거운 마음이 되는 까닭은 아직도 내게 숱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지 그의 글씨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묘지 그의 글씨체다


7
흥미 있는 일과 가치 있는 일의 차이는 곧 향락과 창조의 차이이다.


8
아직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같은 값이면 그 염색료 만큼 천이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9
진정 젊어지는 비결은 젊은이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길밖에 없는 것입니다.


10
고인 물,
정돈된 물,
그러나 썩기 쉬운 물.

명경같이 맑은 물,
얼굴이 보이는 물,
그러나 작은 돌에도 깨어지는 물입니다.


11
창살 무늬 진 신문지 크기의 각진 봄볕 한 장 등에 지고 이윽고 앉아 있으면 봄은 흡사 정다운 어깨동무처럼 포근히 목을 두릅니다.


12
아까울 정도로 과감히 버리기로 했습니다. 지독한 지식의 사유욕, 어설픈 관념의 야적에 놀랐습니다. 그것은 늦게 깨달은 저의 치부였습니다. 사물이나 인식을 더 복잡하게 하는 지식, 실천의 지침도, 실천과 더불어 발전하지도 않는 이론은 분명 질곡이었습니다. 이 모든 질곡을 버려야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신영복 처음처럼
신영복 처음처럼


13
역마살이 떠돌이 광대 넋이 들린 거라고도 하고 길신이 씌운 거라고도하지만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 꿈을 찾아 나서는 방랑이란 풀이를 나는 좋아합니다


14
모든 아이들이 있어서 손님은 어린이들이 최초로 갖게 되는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이며 어린아이들의 소왕국을 온통 휘저어 놓은 걸리버의 상륙 같은 것입니다.

닫혀있던 일상의 울타리가 열리며 부산한 준비와 장만, 술렁이는 소문, 그리하여 답습과 일상의 때 묻은 자리에 급속히 충만되는 새로움과 활기,이것은 어른이 되어 굳어진 모든 가슴에 까지 메아리 긴 감동으로 남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손님은 동경과 경이, 새로운 개안의 순간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5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세월의 골목골목마다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16
지식은 책 속이나 서고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경험과 실천 속에 그것과의 통일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17
꿈마저 징역을 사는가 봅니다.


18
우리들의 불행이란 그 양의 대부분이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도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19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어려운 때 더욱 지혜로워야 한다는 뜻이라 믿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
들국화가 겨울 옷매무새를 채비하느라 금빛 단추를 여민다.


21
혼자라는 느낌은 관념적으로만 가능한 정신의 일시적 함정에 불과하다.


22
이 가을에는 하루하루의 아픈 경험들을 양지바른 생각의 지붕에 널어 소중한 겨울의 양식으로 갈무리하려고 합니다.

슬픔에 커진 눈으로


23
춘하동동,
자연을 보러 가서 인공을 만나고 온 서울 사람들 그리고 푹한 날씨로 눈이 못된 비가 가을바람에 실려 창문을 두드립니다.


24
수식과 감상 등 일체의 낭비가 배제된 그 담담한 문맥과 행간에서 우리 세대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
번쩍 정신이 드는 순간순간을 경험합니다.

밤의 긴 터널 속에서 여과된 어제의 역사들이 내 생각의 서가에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입니다


25
성급한 충동보다는,
한 번의 용맹보다는,
결과로써 수용되는 지혜보다는,

매일매일의 약속이 과정에 널린 우직한 아픔이 우리의 내면을, 우리의 정신을 이룩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 스스로 충동에 우선하고, 우연에 승하고, 순간의 아픔에 겨워하며 살아오지 않았는지...


26
버리고 싶은 마음, 잊고 싶은 마음을 정갈히 씻어 볕에 너는 자기완성의 힘든 길 위 어디쯤에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초승달을 키워서 보름달을 만들듯 마음이 아픈 모든 사람들도 스스로의 마음을 달처럼 조금씩 조금씩 키워가야 하리라 믿습니다.

신영복체 폰트
신영복체 폰트


27
천년도 더 묵은 검은 침묵을 깨뜨리고 서슬 푸른 불꽃을 펄럭이며 뜨겁게 불타오르는 한겨울의 연탄불은

새까만 연탄구멍 저쪽의 아득한 곳에서부터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세차게 살아 오르는 주홍의 불빛은

가히 겨울의 꽃이고 심동의 평화입니다.


28
봄이 온다.
십여 년 징역을 살고도 아직 빈 몸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29
그릇은 그 속이 빔으로서 쓰임이 되고 넉넉함은 빈 몸에 고이는 이치를 배워 스스로를 당당히 간수하지 않는 한 척박한 땅에서 키우는 모든 뜻이 껍데기만 남을 뿐임이 이미 확신합니다.


30
버들잎 한 장으로써 천하의 봄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실함과 한 그릇의 물에 보름달을 담는 유유한 시정을 지니고 싶어 하는 소망의 표현이기도합니다.

왜냐하면

역마살에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며 바다로 나와버린 물은 골짜기의 시절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입니다.


31
옷자락을 적셔 유리창을 닦고 마음속에 새로운 것을 위한 자리를 비워두는준비가 곧 자기를 키워 나가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32
강남 갈 의논으로 전깃줄에 모여 그리도 말이 많던 제비들 모두 떠나고 없습니다.


33
등 뒤에 겨울을 데리고 있다 하여 가을을 반기지 못하는 이곳의 가난함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34
낡은 담 조락한 나무들 뒤편에 이처럼 발랄한 아이들의 약동이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 하나의 놀라운 교훈입니다.


35
여름내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하던 가로수들은 발밑에 낙엽을 떨구어 거름으로 챙기며 내년의 성장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36
생각해보면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힘찬 실천의 현장으로 열리는 것입니다. 창문이 귀중한 명상의 양지임에는 부인할 수 없지만, 그것은 결연히 문을 열고 온몸이 나아가는 진보 그 자체와는 구별되지 않을 수 없다.


37
그 먼 거리를 메우기에는 항공엽서가 너무나 약소한 것도 사실입니다.


38
간밤의 어지럽던 꿈이 찬물 가득한 아침 세숫대야에 씻겨나가듯이...


39
어제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내일의 중간에 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큼직한 가능성, 하나의 희망을 마련해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40
이역의 좁은 닭장 속에서도 제 본분을 저버리지 않고 꾸준히 새벽을 외치는 충직함은 언제부터인가 나의 가슴 한쪽에 그를 위한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게 합니다.


41
시냇물이 담을 이루어 멎을 때 문득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신영복 함께여는 새날
신영복 함께여는 새날


42
대상에 대한 사실적 인식을 기초로 하면서 예리한 풍자와 골계의 구조를 갖는 욕설에서, 인텔리들의 추상적 언어유희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적나라한 리얼리즘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실 응달의 산물이며 불행의 언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43
깊은 밤에는 별이, 더운 여름에는 바람을 거느린 소나기가 있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의 위안입니다.


44
몸소 겪었다는 사실이 안겨주는 확실함과 애착은 어떠한 경우에도 쉬이 포기할 수 없는 저마다의 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45
알몸은 가장 정직한 모습이며 정직한 모습은 공부하기에 가장 쉽습니다.


46
농촌이 우리 시대에 갖는 의미도 그 지역의 특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이 가장 적게 무너진 곳이며 서풍에 맞바람칠 동풍의 뿌리가 박혀 있는 곳이라는 데서 찾아야 된다는 사실.


47
그 처지가 먼저이고 그 마음이 나중이고 보면 마음은 크게는 그 처지에 따라 좌우되게 마련입니다.


48
그는 나팔수입니다. 가슴에 맺힌 한숨 가누어서 별빛 얼어붙은 새벽하늘에 뿜어 냅니다. 얼어붙은 새벽하늘을 가르고 고달픈 재소자들의 꿈을 찢고 또 하루의 징역을 외치는 겨울 새벽의 기상나팔은 강철로 된 소리입니다.


49
반갑지 않은 여름 더위나 겨울 추위가 바깥보다 먼저 교도소에 찾아오는데 비하여 봄은 좀처럼 교도소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50
사실 남의 호의를 거부하는 고집에는 자기를 지키려는 주체성의 단단한 심지가 박혀 있습니다. 이것은 얼마간의 물질적 수혜에 비하여 자신의 처지를 개척해나가는 데 대개의 경우 더 큰 힘이 되어줍니다.


51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52
사람은 그림처럼 벽에 걸어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정적평면이 아니라 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발휘되는 가능성의 총체이기에 그렇습니다.


53
봄빛은 양지바른 언덕의 풀이나 버들가지가 아니라 꼿꼿이 선채로 겨울과 싸워온 소나무의 검푸른 잎새에 가장 먼저 연초록의 봄빛이 피어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54
휴일이라 수다스럽기 곗날입니다. 우리들의 수다는
비워두면 이내 다른 우울한 것으로 채워져 버리는 마음을 어떻게 해보려는 헛수고에 지나지 않습니다.


55
증오는 그것이 증오하는 경우든 증오를 받는 경우든
실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불행이 수반되게 마련이지만, 증오는 ‘있는 모순'을 유화하거나 은폐함이 없기 때문에 피차의 입장과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증오의 안받침이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증오는 사랑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56
사회의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서, 개인이 느낄 수 없는 엄청난 힘들 속에서 종이호랑이 보다 못한 서투른 문신이 이들의 알몸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불행한 사람들의 가난한 그림입니다.


57
소년을 보살피는 일은 천체망원경의 렌즈를 닦는 일처럼 별과 우주와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58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는 생각의 녹을 상대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생각을 녹슬지 않게 간수하기 위해서는 앉아서 녹을 닦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요컨대 일어서서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이랑이 많을수록 쟁기날은 빛나고 흐르는 물은 바다를 만난다는 평범한 일상의 재확인인 것이지요.


59
어떻든 봄은 산너머 남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발밑의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60
용기는 선택이며, 선택은 골라서 취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을 버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61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 개의 나무의자든, 높은 정신적 가치든,

무엇을 공유한다는 것은 같은 창문 앞에 서는 공감을 의미하며,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의 연대를 뜻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아픔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봅니다.


62
4월의 훈풍은 산과 나무 흙과 바위와 시멘트와 헌 종이와 빈 검정 비닐봉지에 까지 아낌없이 따뜻한 입김을 불어주고 있습니다.


63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 눈이 달리게 마련이고 자신의 그릇만큼의 강물밖에 뜨지 못합니다. 이러한 자신의 제한성과 특수성을 올바로 깨닫지 못하는 한 자기 생각과 견해를 넓혀나가기는 몹시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64
깊은 산속의 수도승처럼 세상을 관조하는 형이상학적 아니면 존재론적 고민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차가운 시선으로 바로 담너머 현실을 바라보는 사색의 대답들이다.


65
흡사 물밑의 고기가 잠시 수면을 열고 하늘을 숨 쉰 것 같습니다.

 

신영복체 함께맞는 비
신영복체 함께맞는 비


66

사랑하기보다는사랑받으려고 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으려 하는 마음의 가난에 연유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67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가 몸소 겪은 자기 인생의 결론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삶의 조건에 대하여는 무지하면서 그 사람의 그 사람의 사상에 관여하는 것은 무용하고 무리하고 무모한 것입니다.


68
기쁨보다는 슬픔이
즐거움보다는 아픔이

우리들로 하여금 형식을 깨뜨리고 본질에 도달하게 하며 환상을 제거하고 진실을 바라보기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69
낯선 환경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소한 생활의 불편 그 자체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기쁨입니다.


70
성공에 의해서는 대개 그 지위가 커지고 실패에 의해서는 자주 그 사람이 커진다는 약속을 믿고 싶습니다.



71
서로 안다는 것은 참으로 신통한 것입니다. 만나지 않아도 통하는 것입니다.

 

신영복체 나무
신영복체 나무



애써주신 수고에 대한 감사를 이 구석에 써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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