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빛나는 단편소설들
서은혜 역
라쇼몬(羅生門)
이 문앞에 시체를 버렸다.
종교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설명이 없다.
1900년도 초반,
아직 사무라이 소설이, 신파적인 소설이 주류를 이루던 개화기. 인간의 심리적 모티브를 근간으로 문학적 소설을 쓰기 시작한 류노스케의 빛나는 단편들...
일본 소설을 근대소설로 열어젖힌 젊은 작가, 천재 작가라는데 동감한다. 특히 [지옥변]이라는 작품은 21세기 현대적 작품이라고 해도 문제없을 만큼 감각적인 문학작품이다. 35살의 나이로 요절, 좀 더 살았더라면 대작을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각단 편의 문장을 하나씩 인용함으로써 감상을 대신한다. 책 읽기가 힘든 세상이다. 정독을 못하고 읽다 말다 하다가 결국 지난주 주말에야 정독을 다시 하고 읽어갔다.
[신들의 미소]
우리는 나무들 속에도 있어요. 장미꽃을 건너가는 바람 속에 샂잘벽에 남아있는 저녁노을에도 있답니다.
[덤불 속]
다만 나는 죽일 땐 허리에 찬 칼을 쓰지만 당신들은 그저 권력으로 죽이고 돈으로 죽이고 여차하면 위해주는 척하는 말만으로도 죽이죠.
[라쇼몬]
하인은 조금 전까지도 자신이 도둑이 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다. 가리고 있다가는 담벼락 아래나 길바닥 위에서 굶어 죽을 뿐이다. 그리고 이 문 위로 실려 와 개처럼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짤라가는 이 여자가 한 짓이 나쁜 짓이라고 생각안 혀! 안 그랬음 굶어 죽을 테니
어쩔 수 없이 한 짓인 거니... 나도 마찬가지로 할 수 없이 한 거야. 할 수 없다는 게 뭔지를 이 여자도 알고 있을 테니 아마 내가 한 짓도 눈감아 줄 거구먼.
극단의 상황에서 인간은 본능을 통제없이 보여준다.
[코]
남의 불행에 대한 타인의 태도에서 바로 방관자의 이기주의를 자기도 모르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코가 길어졌다. 홀가분한 기분이 되돌아온 듯하다.
[다네코의 우물]
밥집을 지나며, 셔츠만 입은 남자가 밥집의 여종업과 장난을 쳐가며 문어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고 있다.
다네코,
이 남자, 수염을 아무렇게나 기른 이 남자를 경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시에 또한 자연스럽게
그의 자유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
하지만 눈에도 입술에도 흐르고 있는 것은 미소였다. 그것도 거의 평정을 잃은 격렬한 행복의 미소였다. 사내는 이때 아내의 미소에서 어떤 냉혹한 무엇을 감지했다. 햇빛에 부옇게 흐려 보이는 수풀 속에서 언제나 인간을 지켜보는 어딘지 기분 나쁜 힘과 유사한 무엇을....
"기뻐하면 안 되는 걸까요?"
"내가 나쁜 걸까요?"
그 집 아기가 죽은 것이...그물음에 대해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앞을 턱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지옥변]
한 편의 영화와 같은 미친 열정의 환쟁이 요시히데의 이야기
[거미줄]
지옥으로 간 간다타,
"이봐!! 죄인들"
"이 거미줄은 내 거야"
"너희들 도대체 누구 허락받고 올라오는 거야?"
"꺼지라고!!!"
그 순간 극락으로 연결된 은빛 거미줄은 끊어지고 간다타는 지옥으로 다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지옥에서 탈출하려고 부처님이 내려준 거미줄을 오르는 간다타의 이야기
[갓파]
당신네 나라에서도 제4계급의 아가씨들은 매춘부가 되어 있지 않은가요?
직공의 살을 먹는 정도 가지고 분개하는 건 감상주의죠.
현실과 이상의 갓파 세계에서도 시인은 자살한다.
자신의 자살을 예고하는 단편이다.
데뷔작 <노년>(1914)을 발표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라쇼몬(1915)과 코, 마죽, 수건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신진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한다. 작품 <코>는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을 받았다. 이후 역사 소설로 역설적인 인생관을 나타내려는 이지적인 작풍을 나타내며, 작가 생활 10여 년간 150여 편의 작품을 남긴다. 병약한 체질은 그의 생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 페미니스틱 하고 회의적인 인생관을 갖게 된다. 결국 회의와 초조, 불안에 휩싸여 심한 신경 쇠약으로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자살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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