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ble--Side B
재미있는 단편들
박민규/창비
낮잠
이선이 앞에서 동필이와 멱살잡이를 하고, 그걸 보는 이선이는 울어버렸다. 그다음 날 동필이는 죽어버렸다. 녀석도 그녀를 사랑한게 아닐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선은... 우리들 모두의 첫사랑이었을 것이다. 이젠 혼자 산책을 한다. 별은 멀리 있어야 한다. 인간의 손을 탈수록 빛을 잃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녀를 울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녀를 잃지 않을 것이다.
치매에 걸린 이선과 혼인신고를 한다. 후회는 없다. 평생을 희생해왔다. 내게도 한번쯤은 살고 싶은 삶을 살 권리가 있다. 나는 살아있다.
요양원에서 만난 친구들,
첫사랑,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것을 알아버렸지만... 가능하면 지금 하고 싶은것을 해라.
지금,
Right Now!!
그런 의미에서도 두사람은 잠시 행복했을 것 같다.
루디
납치,
알래스카, 바람쐬러온 나는 한 자루의 총에 모든 걸 잃어야 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신의 무심함을 개탄했다. 지금 이곳은 어디일까? 정신 차리라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는다. 그 새끼는 몇 방 총을 맞고도 죽지도 않고 조수석에 앉는다.
"계속 가야지"
"보안관 놀이도 다하고.. "
"이유가 뭐지?"
"왜?"
루디가 말한다.
"너희를 평등하게 미워할뿐이야"
"너도 평등하게 우릴 괴롭혀왔으니까"
"탕!"
"나는 루디와 함께라는 것"
아마도 루디는 주인공 본인이었을 것 같다. 남과의 경쟁이 일상인 삶, 그런 평범한 삶조차도 남과 자신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이 되는 자본주의의 뉴욕, 결국 스스로 악마임에, 아무것도 아닌 본인에 대한 경멸, 결국 자살이었을까?
4룡
우와!!! 무협지다!!!
이 작가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거지? 물론 나는 무협지도 좋아한다. ㅋ ㅋ
천마가 말한다. 대의가 있다면.... 서른두 평 아파트 입지요, 혹 기개를 품은 남아라면 쉰 평 정도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대형, 지금은 돈이 최곱니다. 현대를 사는 무림고수들은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잃은 채...우리의 정천 대법 이장록은 딸 민주에게 전화를 건다. 민주는 경제 이야기를 한다.
민주, 경제... 씁쓸하다. 작심한 듯한 작가의 분노와 슬픔을 본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아마 박통 때나 전통 때 나왔으면 금서가 됐을지도 모른다.
비치 보이스
우리는 22 평 친구들이다 말하자면 그렇다. 단지의 아이들은 평수를 기준으로 뭉쳐 놀았다. 아니다 학원과 방학과 학원과 방학과... 게다가 엄마들...그 결정판이 같은 병원에 몰려가 포경수술받는다는 것. "어디 누가 제일 잘됬나 보자" 네 명의 엄마들 앞에서 넷이 나란히 고추를 내밀던 기억은...우리가 절친 중의 절친 크라잉넛이라는 것이다.
군대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섹스를 하고 아보가드로를 패기로 그리고 서핑을 하기로 했다. 두 가지는 실패다. 귀여운 놈들...
바다!
가자 바다로!
바다!
전쟁 났다는데...???
이제 어쩌지?
되돌아 가야 하나?
아 씨바 귀찮아!!!
재이가 바다를 향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어쩌려고!?
몰라!!!
고등어라도 되겠지 뭐!
뭐 감상이라면, 귀여운 놈들의 본능으로 느끼는 "자유"스러운 짓거리들이 귀엽다.
아스피린
점심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고 걸어간다. 엇비슷한 사람들. 엇비슷한 뒷모습들, 엇비슷한 포플러들의 녹음, 반짝임, 풍광, 흔들림.
붐!!
갑자기 나타나 하늘을 가린 UFO인 듯 UFO 아닌 UFO 같은 하얀 물체... 회의는 하든지 말든지... 칠십 일층에 있는 사무실에는 궁금증의 말풍선들이 겹겹이 나타났을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별일 없이 씨바!
회의, 야근, 회식, 미팅...
그리고 그것이 광선을 쏘아대는 유에프오가 아니라 거대한 아스피린 일지라도.. 차라리 광선을 쏘아대었으면...
동감한다. ㅋㅋ
별
연주
"그런데 오빠!"
이 말에 나는 감방까지 갔다 왔다. 인생 좆됬다. 씨바 모르겠다. 왜 이리 됐는지 그리고는 대리운전중이다. 5년 지난 오늘 그 연주의 차를 대리운전한다. 이년은 오늘 죽을 거다. 아니, 같이 죽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녀가 결혼했어도, 이혼했어도,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어도, 익숙한 정액 냄새를 풍겨도, 지난날의 고통의 이유이었어도, 거짓말이었어도, 온통 성형 얼굴이었어도, 그녀 때문에 온갖 명품의 브랜드를 다 알게 됬어도, 나만 그녀와 자보지도 못했어도...
그녀는 나의 별이다.
밤새
그 별을 보다가 술 취해 널브러진 그녀 옆에서 나는 아침을 맞는다.
ㅋㅋ별, 그래도 좋은걸 어쩌겠니...
내게도 빛나는 별이 있었다. 지금은 반짝이지 않는... 한강 불빛을 따라 달리는 밤, 검은 하늘을 올려다 쳐다본다.반짝이며 쏟아지던 그녀의 별빛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침의 아이스커피가, 가끔씩 토마토가 식빵과 함께 쏟아진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쉬세요"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슬
말은 먹는 것이 아니기에 필요가 없다. 그늘은 아무것도 아니고 먹는것이 아니다. 코끼리 아마도 코끼리가 아니라 맘모스와 싸웠겠지. 그가 들고 온 것은 자신의 살점이다.
아치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가 제기랄, 사는 게 힘든 만큼 죽는 것도 힘든 일이다. 나는 한강대교 아치 전문 경찰이다. 눈발이 날리는 크리스마스쯤... 나도 한강을 내려다본다. 나도 한 번쯤 이곳에서 뛰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평소보다 강은 더욱 검어보이고, 여느 때보다 인생에 무게는 가볍게 느껴진다. 한강으로 뛰어내린다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일까?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이런, 씨부럴 세일즈맨쉽이 먼지 이 세상은 너무 모른다. 그래서 예의가 없다. 잠시 머릿속에 헬륨가스가 차고 집에서 폭발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주인을 물고 도망친 개처럼 온 동네를 배회했었다. 나는 늙은 계약직 자동차 영업맨이다.
"달에 갔다고?"
"거 길 어떻게?"
"네비 찍고 곧장 가면 나온다네!!!!"
"산소는?"
"먹고살아야 할 마당에 산소 따위를 따지게 생겼냐?"
나는 팔아야 할 자동차를 몰고 달이 아니라 신개척지 화성엘 간다. 씨바 춥고, 아무것도 없어 황량하다. 세일즈맨은 화성에서도, 꿈속에서도 차를 판다.
박민규,
판타지스럽게 현실을 고발한다. 내가 이 단편 소설들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씁쓸하다. 어쩌면 작가 자신이 그 단편들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아니, 여기 사는 모든 인간들이 이 단편들의 주인공들 일 것이다.그는 모두가 박근혜를 찍은 이유를 알고 있는 것 같다.
헛된 탐욕이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탐욕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씁쓸하고 외로운 기분이지만 나름, 빠르게 재미있게 읽어 내렸다.
"리브레 Libre"
자유라는 스페인어다.
"루차 리브레(lucha libre)"
자유로운 싸움이라는 뜻이다.
주로 복면을 쓰고 하는 레슬링 같은 격투기
"커피 리브레"
이 카페는 홍대 앞 연남동에 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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