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농사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농부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한 농사꾼 노인의 농사를 지으며 쏟아 낸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여기는 경북 봉화, 아직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아니한 곳 영주를 거쳐 태백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봉화군, 그 산속에서 펴낸 그의 단문 산문집이다. 아직도 농사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그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적어 나간다. 특별히 감상이랄 것은 없지만 한 편의 산문시 같은 그의 이야기들 한 구절씩 옮겨 적음으로 감상을 대신한다.
가을 낙엽에는 버림, 청산을 결행하고, 겨울 얼어붙은 솔잎에는 극한의 역경에서도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지키라는 자연, 나무의 온몸으로 가르치는 교훈입니다.
나무는 뿌리만큼 큽니다. 길고, 짧고, 잘나고 못난 부들들이 모여서 돗자리를 만듭니다.
물통은 여러 크기의 나무판으로 만드는데, 물은 항상 가장 짧은 나무판의 높이만큼 차게 됩니다. 하늘로 치솟은 대나무도 뿌리 담은 촘촘하게 단단한 마디를 지우면서 바탕을 다지는 것 같습니다.
낙락장송으로 자라는 솔 씨앗은 좁쌀만 합니다.
율무, 이놈은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한꺼번에 쓰러 졌다가 날이 개면 멀쩡하게 일어섭니다. 그리고 파는 뿌리를 자르고 칠월 땡볕에 사나흘 곪게 한 다음 심어야 대파로 자랍니다. 도라지 밭 제초제는 잡초를 없애지만 도라지의 씨앗도 열리지 않게 됩니다.
음식 솜씨는 상차림에서 나타나지만, 인간의 됨됨이는 설거지에서 나타납니다. 한평생 참답게 사는 그 길을 찾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 참답게 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덜 익은 과실은 자기를 따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독이 됩니다. 그렇듯 착함은 이를 지키기 위한 독하고 억센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농사와 노신을 좋아하는 전우익 노인은 스님이자
사회를 고민하고 인간을 고민하는 운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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